우리의 계획이 무너질 때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00는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가 유행어처럼 이곳저곳에서 쓰입니다.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그도 계획이 있구나~’ 등등 패러디한 내용들이 각종 광고에서도 보입니다.
무슨 일을 행하든 무계획적, 즉흥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혜롭고 마땅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주님을 따르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말씀하시면서 그 비유로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예산하지 아니하겠느냐 그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 가로되 이 사람이 역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하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눅14:28-30).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비용도 예산하고 어떤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등등 미리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계획대로 뜻대로 인생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하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고 (잠 16:9)에는 우리의 걸음을 주관하시는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말씀하십니다.
누가복음 12장에서는 부자가 소출이 풍성하여 곡식 쌓을 곳이 없어 곡간을 더 크게 짓고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때,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라고 경고하십니다. 야고보서 4장 13-14절에서도 다른 도시에 가서 일 년 동안 있으면서 장사하여 경제적 이득을 계획하는 자들에게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고 하시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의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올해 상반기는 우리의 세워오고 생각하고 바라던 계획들이 계속 바뀌는 것을 쉼없이 경험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졸업식도 연기되고, 개강도 연기되고, 교회의 각종 모임들도 취소와 연기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그 상황도 계속 바뀌어 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모임재개, 취소, 연기, 정정의 문자를 연속해서 받을 정도로 국내와 세계 각국의 상황은 급하게 바뀌어 갔습니다. 모임계획과 수업준비, 학사일정을 적는 수첩은 계속 바뀌는 일정으로 인해 수정펜이 덕지덕지하게 칠해진 종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인터넷에는 혐오글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뭔가 공동체에 큰 어려움이 닥치면 우리는 흔히 누구 때문이냐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따지게 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원인을 잘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면에서는 필요하겠지만, 비난의 송곳을 세우기에 쏟는 에너지를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돌아보고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합하면 우리의 치유와 회복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여호와께 돌아가는 길이라고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밤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사 이르시되 내가 이미 네 기도를 듣고 이곳을 택하여 내게 제사하는 전을 삼았으니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로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염병으로 내 백성 가운데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 이곳에서 하는 기도에 내가 눈을 들고 귀를 기울이리니 이는 내가 이미 이 전을 택하고 거룩하게 하여 내 이름으로 여기 영영히 있게 하였음이라 내 눈과 내 마음이 항상 여기 있으리라 네가 만일 내 앞에서 행하기를 네 아비 다윗 같이 하여 내가 네게 명한 모든 것을 행하여 내 율례와 규례를 지키면 내가 네 나라 위를 견고케 하되 전에 내가 네 아비 다윗과 언약하기를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한대로 하리라” (역대하 7:12-18)
하나님께 돌아가서 겸손히 기도하며 하나님을 구할 때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그 죄를 사하시며 이 땅을 고쳐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하여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자신의 마스크 중 몇 개를 모아서, 또 어느 분은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편지와 함께 기부한 소식들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기꺼이 희생과 봉사의 현장에 달려가는 분들의 소식은 우리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자아냅니다.
정지해 버린 것 같은 일상에서, 사람들 없는 황량한 거리에서,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은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었던 소중한 하루 하루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주님께 돌아가서 일상을 회복시켜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내가 따뜻한 말과 기도, 작은 정성으로 도울 수 있는 이웃은 없을지 돌아보는 주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